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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2. 10. 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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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와이즈베리





p.263-264

종합건설업자라면 일 잘하는 페인트공, 목수, 타일공을 잘 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일을 잘하려면 누군가가 옆에 서서 큰 그림을 봐주어야 한다. 실무를 담당하는 하도급 업자 가운데는 예산을 고민하고 시간과 돈의 균형을 맞춰가며 결정을 내리려는 의욕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많다. 사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면 어떤 사람들은 너무 완벽주의자라 일이 뭐 하나 마무리되는 것이 없다. 한번은 녹음 기술자와 일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은 3분짜리 곡 하나를 완벽하게 만들려고 애쓰다가 예산을 탕진해버렸다. 아직도 작업해야 할 곡이 열한 곡이나 남았다고 상기시켜주고 그를 멈추기엔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 음악계에 스티비 원더, 폴 매카트니, 프린스, 지미 페이지, 조니 미첼처럼 혼자서 효과적으로 프로듀싱하는 음악가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이들은 지나친 완벽주의자라 일을 진척시키지 못하는 바람에 제때 학위를 마치지 못한다. 박사학위 과정 학생들을 감독할 때 정말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게 감독하는 것이다. 

일의 계획과 실행은 뇌의 서로 다른 부분을 이용한다. 상사와 부하직원 역할을 모두 다 해내려면 계층구조로 조직된 다중의 주의 세트(attentional set)를 형성하고 유지하면서, 그 사이를 앞뒤로 뛰어다녀야 한다. 마룻바닥이 지저분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뇌의 중앙관리자다. 이것은 '바닥 걸레질'을 위한 관리자 주의 세트를 형성하고, 또 한편으로는 실제 걸레질을 하기 위한 일꾼 주의 세트를 구성한다. 관리자 주의 세트는 일이 잘 마무리되었는지만 신경 쓴다. 내가 대걸레, 대걸레를 담을 양동이, 바닥청소용 세제를 발견하면 일꾼 주의 세트는 대걸레를 물에 적셔 일을 시작하면서 걸레를 추적 관찰한다. 그러다가 걸레가 너무 더러워지면 가끔씩 걸레를 다시 양동이에 담그고 헹군다. 일 잘하는 일꾼이 되려면 이 모든 일에 딸려오는 하위 수준의 주의를 일깨워 잠시 꼼꼼한 일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이 꼼꼼한 일꾼은 대걸레로 지워지지 않은 얼룩이 보이면 바닥에 엎드려서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든지 그 얼룩을 박박 문질러 닦아낼 것이다. 이 꼼꼼한 일꾼은 일반적인 일꾼이나 상사와는 마음가짐이나 목표가 다르다. 꼼꼼한 일꾼이 한쪽 구석에 묻은 얼룩을 지우려고 15분간 낑낑대는데, 당신의 배우자가 들어와서는 이렇게 말한다. "뭐야? 당신 제정신이야? 15분 후면 손님들이 들이닥칠 텐데 다른 부분은 하나도 안 닦았잖아!" 그럼 꼼꼼한 일꾼은 다시 상사의 관점으로 올라와 큰 그림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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