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민음사
p.156-157
우키요에가 유럽에서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우키요에가 유럽에 유입될 당시만 해도 무역업자들 사이엔 그 그림을 수출하려는 의식 따윈 전혀 없었던 듯하다. 그들이 수출에 주력했던 물품은 도자기였다. 그러나 도자기는 깨지기 쉬운 물건이기 때문에 배편으로 운송하려면 포장을 해야 한다. 그 포장지로 사용된 것이 우키요에였다는 것이다.
우키요에는 에도 시대에 대량으로 인쇄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대중문화의 산물이다. 특별히 액자로 장식해 감상하는, 고상한 예술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역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적당한 포장지였을 것이다. 판화이니까 인쇄할 때마다 당연히 실수도 발생한다. 그런 불량품은 아마 공짜로 입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이유에서 아리타(有田)나 이마리(伊万里)의 도자기를 감싼 우키요에는 바다를 건넜고, 일본인이 알지도 못하는 장소에서 자포니슴을 일으켜 전 세계 예술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이야기다. 어느 누구도 의도한 일이 아니다. 우키요에 붐은 본래 도자기 수출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부산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최근에 자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유럽에서 일어난 우키요에 붐처럼 본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우연히 발생한 일이 우리의 삶을 바꾼다. 그런 반복과 축적에 의해 세상이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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