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군주론

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2. 3. 29. 11:25

본문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운찬 옮김

현대지성

 


 

 

 

p.167-169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행운과 하느님이 지배하기 때문에 인간의 신중함으로 바로잡을 수 없으며 어떤 대비책도 없다는 견해를 지금껏 많은 사람이 가져왔고 지금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사실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세상일에 땀을 흘릴 필요가 없으며 행운이 지배하도록 놔두어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 그런 견해는 더 많은 힘을 얻고 있는데, 예상을 뛰어넘은 엄청난 일들을 날마다 보았고 또한 지금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때로는 저도 어느 정도 그들의 견해에 이끌립니다. 그렇지만 행운이 우리 행동의 절반을 결정하더라도, 우리의 자유 의지가 꺼지지 않도록 나머지 절반 정도는 우리 스스로 지배하도록 놔둔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행운을 물살이 거센 강 중에서 하나에 비유하는데, 그런 강들은 분노할 때 들판으로 범람하고, 나무들과 건물들을 무너뜨리며, 이곳에서 흙을 들어내 저곳으로 옮깁니다. 그 앞에서는 모두가 달아나거나 어떤 방식으로도 기세를 저지하지 못해서 결국에는 굴복하지요. 그렇다고 해도 평온한 시기에 둑과 제방을 쌓음으로써, 훗날 강물이 불어나더라도 물줄기를 수로로 돌려 흘러가게 하거나 무자비하고 커다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비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행운에 대해서도 그와 비슷하게 개입할 수 있습니다. 행운은 역량이 자신에게 저항할 만큼 조직되지 않은 곳에서 힘을 과시하며, 자신을 막을 둑과 제방이 준비되지 않은 지점을 알아채고 그곳에 공격을 집중합니다. 만약 당신이 그런 변화의 중심지이면서 격변을 유발한 이탈리아를 고려해보신다면, 그곳은 어떤 둑도 없고 제방도 없는 벌판이라는 사실을 아실 것입니다. 만약 이탈리아가 독일, 스페인, 프랑스처럼 적절한 역량을 갖추고 대비했다면, 홍수가 났어도 그렇게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아예 홍수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행운에 저항하는 것에 대해 제가 말씀드린 일반적인 내용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더 구체적인 경우로 좁혀서 본다면, 군주가 성격이나 자질이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도 오늘 행복해했다가 이튿날 파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 앞에서 오랫동안 논의했던 이유로 생겨났다고, 즉 전적으로 행운에 의존하는 군주는 행운이 바뀌면 몰락하게 된다고 믿습니다. 게다가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 시대의 상황과 일치하는 사람은 행복하지만 시대와 어울리지 않은 사람은 불행하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기 앞에 놓인 목적, 말하자면 영광과 부로 인도하는 일을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조심스럽게, 누구는 충동적으로, 누구는 격렬하게, 누구는 교묘하게, 누구는 참을성 있게, 또 누구는 그와 반대로 하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조심스럽게 행동한 두 사람 중 한 명은 자신의 계획을 달성하고, 다른 한 명은 그러지 못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운 사람과 충동적인 사람이 두 가지 상이한 방식으로 똑같이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오로지 그들이 행동하는 방식과 어울리거나 그렇지 않은 시대 상황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두 사람이 서로 다르게 활동하면서도 동일한 결과에 도달하거나, 두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활동했지만 한 사람은 목적을 이루고 한 사람은 그러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행복 역시 그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조심스럽고 참을성 있게 행동하는데, 시대와 상황이 그의 행동 방식에 어울리게 돌아간다면 그는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시간과 상황이 달라졌을 때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추는 법을 알 만큼 신중한 사람은 없습니다. 본성이 이끄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며, 또한 한길을 걸으면서 계속 잘되었다면 그 길에서 떠나도록 설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조심스러운 사람은 충동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때가 와도 그렇게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몰락합니다. 만약 시대와 상황에 맞추어 본성이 변한다면 행운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학당 이야기 > 책과 밑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호와 소음  (0) 2022.04.26
12가지 인생의 법칙  (0) 2022.04.12
코스모사피엔스  (0) 2022.03.15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0) 2022.03.02
법정에 선 수학  (0) 2022.02.01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